휴가기간이라 어디든 바람이라도 쐬고 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이래저래 제약도 많고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 주말에 찾아간 곳은 북서울 시립미술관입니다.
북서울시립미술관은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 위치에 있구요. 지하철 7호선 중계역에 내리시면 가까워요. 주차는 중계근린공원 주차장이나 근처 홈플러스에 주차하심 됩니다.
입구에는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네요. 더웠지만 하늘도 맑고 갔던 날이 마침 입추라 그런지 바람도 살랑 불어서
상쾌한 여름날씨였답니다. 이제 여름도 끝을 달리고 있는 듯 해요.
맨 처음 관람한 곳은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 이란 이름의 전시실이었습니다.
제목도 특이하고 뭔가 아이들의 그림같기도 하지요. 전 전시나 영화를 볼 때 사전정보없이 보는 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미리 알고 가면 저의 감상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이요. 팜플렛도 관람이 끝나고 다시 한 번 보는 걸 좋아합니다. 저의 감상을 되새겨보면서요.
<본 전시에서는 가능한 제도권 교육이나 사회적 개입없이 오직 자신의 내부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을 지속해온 발달장애 창작자 16인, 정신장애 창작자 6인의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전시는 회화와 입체, 도자 작품이 포함되며, 삶과 작품 세계가 일치하는 창작자들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의 말과 이야기가 담긴 노트, 공책,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순수한 자기 몰두의 행위와 자기 창작의 보편적인 특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아주 작은데, 끝없이 긴 길이 있다.
너무 연약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데, 끈질기게 이어지는 길이다.
밖에선 보이지 않지만, 그 내부로 들어가면 수많은 통로가 열리는 깊고 깊은 숲의 길처럼, 그 길은 이어진다. 오직 길을 걷는 이의 호흡과 질서와 규칙에 따라, 그 길은 안으로 안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우연히 들어선 길이나 막다른 골목에서도 무수한 기억과 상상의 통로가 열리기에 아득하리만치 길게, 실은 먼지가 쌓일 만큼 긴 시간 이어 온 그 길은 하지만 아주 작고 연약하니까, 아주 작고 연약한 공간 속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작은 종이를 연결해 ‘여럿이서 함께 덮을 만큼 커다란 이불 같은 지도’를 만드는 작가에게 누군가 “길이 왜 다 구불거려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
이 담담한 한마디 말에 본 전시가 조명하고자 하는 창작과 삶, 그 전부가 들어 있다.> -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샤프 하나로 달력 뒷장을 빼곡히 그린 로보트들.
환청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그리는 인물화.
작은 광고지를 잘게 오려 만드는 성화.
전시 제목처럼 지하철역이나 기호를 길게 이어 길처럼 만든 것도 있었어요.
전문 화가처럼 세련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이들의 그림과 작품에는 무언가 집중하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영상을 통해 만난 작가들은 자신의 작은 방에서 작은 상하나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영상이 참 인상깊게 남았어요. 그래서 무릎을 꿇고 하나 하나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가까이서 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서 보기도 하면서 더 깊이 감상할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창작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많은 이들이 보고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1층 또 다른 전시실에는 SeMA 소장품 하이라이트 《자연을 들이다: 풍경과 정물》전도 있었습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보통의 일상이 무너진 지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전시를 마련했습니다.우리는 전통적으로 자연과 생활공간의 구분을 두지 않았고, ‘차경(借景)’이라하여 소유보다는 그것을 빌려와서 즐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그래서 이번 전시는 가장 자연을 닮은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그 대상과 형태, 질료가 모두 자연으로부터 출발한 것들로 서구 근대로부터 시작된 풍경화, 정물화와는 다른 우리의 독자적인 풍경과 정물을 구성하였습니다. 자연으로부터 배웠던 그 많은 것들, 그 교훈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내 눈에 들어왔던 작품. 여름나무그늘이 연상되는 그림이었어요.
2층에는 "한국여성 사진사1 1980년대 여성사진운동"이란 이름의 전시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사진에 관심이 많은 저는 호기심을 갖고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과 2020년 서울사진축제를 통해 1900년대 이후 한국 사진의 지형을 공시적ㆍ통시적으로 조망해봤으며, 올해는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을 주제로 여성사진사 연대기를 정리하는 동시에 1980년대를 중심으로 여성사진운동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000년대 들어 여성사진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여성사진가들에 대한 자료의 축적과 연구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여성사진사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지 못한 바, 이번 전시를 통해 여성사진가들의 존재와 활동을 발굴ㆍ소개하여 한국사진사의 공백을 메우고 여성사진사 기술의 기초를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
6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사진작가에서부터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80년대의 여성사진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여성사진작가들은 아주 드물었기에 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의 여성사진작가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네요. 7.80년대 흑백사진이나 잡지등에 실린 사진들을 보며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구요.
지하1층에는 어린이전시실이 있습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현대미술가의 작품세계를 창의적인 영감의 보고로서 제시하는 어린이 전시와 프로그램을 전개해왔습니다. 그 열다섯 번째 시도로 Sasa[44] 작가와 함께 준비한 《와당탕퉁탕》을 2020년 12월 12일부터 2021년 9월 9일까지 개최합니다.
참여 작가 Sasa[44]는 수집과 기록이라면 미술계에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수집 규모와 기간, 그리고 수집물의 유일무이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입니다. 작가의 개인 아카이브는 국내외 신문사별 월간·주간·일간지부터 한국 만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만화잡지 ‘보물섬’ 창간호, 구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한정판 운동화까지 희소성 높은 품목들로 가득하지만, 40여년간 이어진 수집의 기본 바탕은 그날 하루하루 일상에서 채집한 사물과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일견 무가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상의 흔적들을 종합해 만든 작품을 통해 수집 활동이 가진 창조적인 힘을 조명합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작가 Sasa는 수집계의 정평이 난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전시작품은 우리가 흔히 많이 쓰는 쇼핑백이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본 것도 있고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은 것들도 있는데요. 모아놓고 보니 이것도 하나의 수집품, 작품이 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했고 평생을 어떤 물건을 수집하는 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건 10년간의 기록을 그래프처럼 전시해놓은 것이어었어요. 매년 짜장면을 먹은 횟수, 통화한 기록, 곰탕을 먹은 기록등 일상의 사소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수집한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이런 자신의 습관 혹은 좋아하는 것을 예술로 발전해간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아이들과 와서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주제인 것 같습니다.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미술관나들이 많이 하실텐데요. 코로나로 제약은 있지만 오히려 조용하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북서울시립미술관은 인원제약도 있지만 개관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조용한 편이었구요. 공원안에 있어서 관람후 산책도 가능한 곳이랍니다. 사전예약제로 운영중이니 미리 확인하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임시휴관 및 전시 사전예약 안내]
전시/관람 | 문화체험 |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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