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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영화 자산어보 - 검은 파도처럼 스며드는 잔잔한 깊이의 감동

by 예민하게, 꾸준하게 2021.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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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1.03.31.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126분

배급 메가박스 중앙(주)플러스엠

(줄거링요약)

“이 양반은 대역 죄인이니 너무 잘해줄 생각들 말아”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그곳에서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이에 바다를 훤히 알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창대’가 혼자 글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거래라는 말에 ‘창대’는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 간다. "너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그러던 중 '창대'가 출세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약전'은 크게 실망한다. ‘창대’ 역시 '정약전'과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약전'의 곁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결심하는데... (출처 배급사 영화 소개)

 

 

 

(영화 리뷰) 

믿고 보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인데다 흑백포스터에서 전해지는 느낌만으로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봉하기를 미루는 지금 시장에서 이준익감독의 대작이라도 개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영화관을 찾겠지요.   왕의 남자, 박연,  동주 등의 영화들이 주는 깊은 감동을 잊지 않고 있으니 말이죠.   제 예상처럼 생각보다 관객들이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웃음소리를 들으며 본 영화인 것 같습니다. 


#유배기간에도 이어졌던 형제애

영화는 신유박해로 유배를 가게 된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강진과 흑산도로 먼 유배길을 떠나는 길에서 서로의 안녕을 고하며 쓸쓸히 헤어지는 모습에서 두 사람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남다르다는 게 보였습니다.  실제로  유배기간 동안에도 꾸준히 서신을 교환하며 서로의 집필을 응원하고 안부를 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편지가 자막으로 한자로 나오면서 형제의 진한 정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힘든 유배기간에도 서로를 애틋하게 챙기는 이가 있어 그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수묵화처럼 묵직하게 다가온 감동 (흑백영화가 주는 효과)

영화 동주에 이어 다시 흑백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흑백영화를 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봐왔던 영화들과 달리 색다른 멋이 있었습니다.  색깔이 입혀졌다면 보이지 않았을 인물들의 표정이나 주름,  옷의 작은 해짐도 더 잘 보이는 효과가 있더군요.   더 인물과 소품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가 왜 흑백으로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흑백이다 보니 파도가 검은색으로 보이는데 그 느낌이 또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파도를 보며 세월을 견딘 정약전과 창대의 마음이 전해졌다고 할까요?  


#양반이 되려는 자와 양반을 깨고 싶은 자

정약전은 새로운 학문에 눈을 뜬 후 성리학에서 빠져 부패된 양반 세계를 깨고 싶었고 자산어보를 집필하는데 큰 도움을 준 흑산도의 창대는 상놈을 벗어나기 위해 양반을 꿈꿉니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학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자는 거래로 정약전은 창대에게 성리학을 가르쳐주고 드디어 과거시험을 보고 양반의 지위를 얻은 창대지만 막상 양반의 사회는 자신이 꿈꾸던 것과 너무나 다릅니다.  군포제를 통한 양반들의 비리는 극에 달하고 억울한 한 백성이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사건을 통해 회의를 느끼고 다시 흑산도로 돌아오지만 이미 정약전을 세상을 떠난 후였지요.  언젠가 다시 돌아올 창대를 위해 남긴 자산어보와 편지 한 통은 그들의 우정을 가늠하게 합니다. 

 

사실 역사 속에서 정약용에 비해 정약전의 대해 알고 있었던 지식은 작았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그의 생애와 집필한 책들에 대해 깊이 알게 된 시간이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흑백인 데다 영화의 주제가 조금은 무거워서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중간중간 조연들의 연기도 꽤 좋았고요.  (특히 조우진과 이정은의 연기) 깨알 같은 카메오들의 배우도 볼만합니다.  전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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